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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메모장
성곽(城郭)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방어 구조물이다. 한반도에서는 국가의 형성과 함께 성곽이 등장했으며, 시대의 흐름과 전쟁 양상의 변화에 따라 그 재료와 구조, 전략적 가치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왔다. 특히 한국의 성곽은 정형화된 형태를 고집하기보다 자연 지형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으며, 이는 독자적인 축성 기술과 방어 체계를 낳는 기반이 되었다. 이번에는 우리 고유어로는 잣이라 불렸던 성곽의 역사를 흙과 돌, 그리고 나무를 다루는 기술의 변천사와 함께 알아볼 것이다. # 축조 재료와 공법으로 본 성곽의 유형 _토성과 토축성흙으로 쌓은 성곽으로, 가장 초기적인 형태다. 토성은 주로 판축 공법, 즉 나무틀 안에 흙을 켜켜이 넣고 단단히 다지는 방식으로 축조되었다. 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은 단순한 성곽 건축물이 아니다. 이는 18세기 조선의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여 왕의 정치 철학을 구현한 입체적인 계획도시다. 부친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본질은 낡은 정치 질서를 개혁하고 강력한 왕도정치를 실현하려 했던 정조의 국가 경영 청사진이었다. 화성은 당대 최고의 과학 기술, 합리적인 도시 설계, 그리고 백성을 중심에 둔 애민(愛民) 정신이 완벽하게 결합된, 시대를 앞서간 도시 모델의 원형이다.# 수원화성을 계획하다화성 건설의 가장 핵심적인 동기는 정치적 목적이었다. 정조는 수도 한양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고, 왕이 직접 주도하는 국정 개혁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 배후도시가 필요했다. _정치적 목적과 '제2의 수도' 구상정조는 ..
지난 글에서는 처마에 담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한국 전통 건축의 미학에는 자연미나 단아한 아름다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궁궐이나 사찰의 기둥, 서까래, 천장에서 마주하는 화려한 오방색의 향연, 단청(丹靑)은 한옥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단청이란 목조 건축의 주요 부재(部材)에 여러 색으로 무늬와 그림을 그려 장엄하게 장식하는 한국 고유의 채색 체계이다.그 안에는 그저 건물을 장식하기 위한 것만이 아닌 목조 건물을 한국의 혹독한 환경에서 보호하기 위한 목적과 장식을 통해 건물의 위계를 나타내고 행복을 염원함이 담겨있다. #단청의 정의와목적 단청의 한자뜻 그대로 해석을 한다면 붉은색과 푸른색이란 뜻이다. 목조 건축물에 여러가지 색으로 무늬를 그려 아름답고 장엄하게 장식하는 것을 ..
한옥의 지붕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그 끝에는 부드럽게 솟아오른 처마의 곡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처마의 역할은 이러한 심미적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려 했던 선조들의 '숨겨진 지혜', 즉 과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오늘은 지난 대청마루에 이어 한옥의 지붕 끝 처마를 알아보려고 한다. #처마에 담긴 과학처마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태양의 고도를 계산하여 실내 일조량을 구조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기계 장치 없이 기후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친환경 건축 기술, 패시브 솔라 디자인(Passive Solar Design)의 기본 원리와 정확히 일치하며, 자연의 순리를 건축에 적용한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준다. _기후 조절의 원리여름: 태양의 고도가..
# 마루란 공간에 대해서한옥이 온돌로 겨울의 추위를 다스렸다면, 마루를 통해 여름의 더위를 이겨냈다. 마루는 단순히 나무를 깐 바닥을 말한다. 그 이상으로 마루는 다양한 생활 행위를 담아내는 개방적 공간으로서 마루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옥에는 여러 종류의 마루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대청(大廳)마루와 툇마루(退抹樓)는이름은 비슷하지만 기능과 공간적 위계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이번 시간에는 이 두 가지의마루를 조사하려 한다. # 대청(大廳)마루대청마루는 큰 마루라는 뜻이다. 한옥의 가장 중심적인 공용 공간이다. 안방과 건넌방처럼 가장 중요한 두 방 사이에 자리 잡아, 집의 물리적·기능적 중심축을 형성한다. _대청마루의 구조위치와 배치: 대청마루는 일반적으로 안채의 안방과 건넌방 사이, ..
차가운 겨울, 우리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 중 하나는 바로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바닥의 온기일 것이다. 과거 선조들은 아궁이에 불을 때 아랫목을 데웠고, 그 방식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보일러라는 형태로 그 따뜻함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바닥을 데워 공간 전체를 훈훈하게 만드는 난방 방식은 오랫동안 한반도의 고유한 기술이다. 서양이 벽난로나 라디에이터로 공기를 직접 데우는 '대류 난방'에 집중할 때, 우리는 바닥 자체를 열원으로 삼는 '복사 난방' 시스템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지난 '한옥' 편에 이어, 이번에는 온돌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진행하고자 한다. 우리는 온돌을 전통적인 난방 문화로만 인식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모든 과정이 현대 열역학의 원리로 완벽하게 설명되는 고도로 정밀한 공학 ..
#_자연으로부터 얻은 한옥의 재료1. 목재 한옥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바로 나무였다. 우리의 선조들은 나무의 성질을 파악하여 각 목재의 장점을 극대화한 형태로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예를 들어, 집의 뼈대가 되는 기둥이나 대들보처럼 힘을 많이 받는 곳에는 튼튼한 소나무를 사용했습니다. 소나무는 벌레를 막고 잘 썩지 않는 성분이 있어 집을 오랫동안 지켜주었다. 또 습기에 강한 참나무는 문지방처럼 자주 닳는 곳에,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느티나무는 가구를 만드는 데 쓰는 등 모든 나무를 제 역할에 맞게 사용했다. 이렇게 고른 나무들을 연결하는 방식도 특별하였다. 못을 쓰는 대신 '결구법'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나무의 끝을 퍼즐처럼 깎아서 서로 단단히 맞물리게 하는 방법이다. 못으로 고정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