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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메모장
고려청자는 고려시대의 문화적 취향과 당시 도자 기술의 성취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산물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자기 제작 기술을 받아들여 발전시킨 고려청자는 12~13세기에 이르러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하며 절정에 달했다. 특히 다른 나라의 도자기와 구별되는 고려청자만의 독보적인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신비로운 푸른빛을 띠는 유약의 색, 즉 비색(翡色)이며, 다른 하나는 흙으로 그림을 그리듯 정교한 문양을 새겨 넣는 상감(象嵌) 기법이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고려인의 미의식과 창의성을 담고 있다. 비색을 구현하기 위한 과학적인 노력과, 상감이라는 독창적인 장식 기법의 완성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고려청자가 지닌 예술적, 기술적 가치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 ..
고려가 불교 국가였음은 두 개의 거대한 국가 축제, 팔관회(八關會)와 연등회(燃燈會)를 통해 가장 화려하게 드러났다. 태조 왕건이 『훈요십조』에서 후대 왕들에게 반드시 거행할 것을 유훈으로 남겼을 만큼, 이 두 행사는 고려 500년 내내 왕조의 권위와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핵심 의례였다. 매년 겨울이 되면 수도 개경은 이 두 축제를 위해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두 행사의 성격은 명확히 달랐다. 팔관회가 불교를 중심으로 토착의 모든 신을 아우르는 종합적 국가 제전이었다면, 연등회는 오직 부처에게 귀의하는 순수한 불교 의례였다. 하나는 통합과 포용을, 다른 하나는 신앙의 순수성을 상징했다. 이 두 축제의 구체적인 모습을 통해, 고려라는 국가가 지닌 복합적인 정체성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팔관회,..
고려 제4대 군주 광종(光宗, 재위 949~975)은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한 중앙집권적 국가 체제를 꿈꾼 개혁 군주다. 그의 통치 기간에 단행된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도는 고려의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꾼 두 개의 강력한 칼날이었다. 이 두 제도는 표면적으로는 사회 정의 실현과 인재 등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그 본질에는 고려 건국 이래 왕권을 위협해 온 자신의 지역에서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권력을 행사하던 세력인 호족(豪族) 세력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국왕 중심의 통치 질서를 확립하려는 치밀하고 일관된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개혁의 배경광종의 개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고려는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전국의 강력한 지방 세력, 즉 호족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