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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메모장
신라 불교예술의 황금기에 탄생한 석굴암은 751년(경덕왕 10년) 김대성에 의해 짓기 시작하여 774년(혜공왕 10년)에 완성된 되었다. 이 인공 석굴은 토함산 중턱의 화강암을 깎고 다듬어 완벽한 불국토를 구현했다. 현존하는 38구의 불상들은 최고의 예술품으로 평가받지만, 석굴암의 건축적 설계 또한 그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수백 개의 돌을 쌓아 완벽한 원형을 이룬 반구형 구조와 천 년 넘게 내부를 온전하게 지켜낸 자연 습도 조절 능력이다. 이 두가지를 통해 석굴암에 숨겨진 두가지 건축의 비밀을 알아보려 한다. #석굴암 원형 주실석굴암 건축의 백미는 주실의 천장을 덮고 있는 원형 돔 구조다. 인도의 석굴 사원이 대부분 자연 암반을 파서 만든 것과 달리, 석굴암은 잘 다듬은 수백 개의 화강암..
흔히 임진왜란이라고 하면 먼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거북선의 가공할 전투력은 그 자체로 독립된 것이 아니었다. 거북선이 위대한 이유는, 그 자체로 완벽해서가 아니라 당시 주력함이었던 판옥선이라는 견고한 토대 위에서 탄생한 전술적 걸작이라는 점을 이해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거북선은 판옥선의 개량형이었으며, 두 전함은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적인 관계였다. 따라서 거북선의 구조와 성능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 그 모함인 판옥선의 설계와 특징을 먼저 살펴보거 이를 바탕으로 진화한 거북선의 성능을 비교하여 조선 수군 승리의 핵심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1. 조선 수군의 주력함, 판옥선판옥선은 1555년(명종 10년) 을묘왜변을 계기로, 기존의 주력함이던 맹선(猛船)의 한..
조선 역사상 가장 찬란한 과학 발전이 이뤄졌던 시기는 세종의 시대였다. 이 시기의 과학 발전은 단순한 학문적 성취를 넘어, 국가 경영의 근간을 바로 세우고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하려는 명확한 목적성을 가졌다. 특히 천문학 분야의 발전은 수도 한양을 기준으로 한 독자적인 역법 체계를 수립하는 중대한 과업과 직결되었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과학 유산이 바로 혼천의(渾天儀)와 앙부일구(仰釜日晷) 이다. 혼천의가 국가 통치를 위한 정밀 과학의 정점이었다면, 앙부일구는 그 과학적 성과를 백성과 나누려 한 응용 과학의 백미이자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인 애민정신의 결정체였다. # 국가 주도의 과학 혁신세종 시대 과학 발전의 중심에는 서운관이 있었다. 천문, 지리, 역법 등을 관장했던 이 기관은 최고..
금속활자 인쇄술은 인류의 지식 보급과 문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혁신적인 기술이다. 목판 인쇄의 시간적·경제적 한계를 극복한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발명하고 실용화한 국가는 바로 고려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물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는 서양의 구텐베르크보다 최소 78년 앞선 고려의 독창적인 기술력을 증명하는 결정적 유물이다. 고려의 금속활자는 우연한 발명품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필요와 수 세기에 걸쳐 축적된 기술력이 결합하여 탄생한 필연적 결과물이었다.# 금속활자가 발명될 수 있었던 기반고려의 금속활자 발명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이미 준비된 기술력과 절박한 시대 상황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였다. 그 배경을 자세히 알아보자 _준비된 기술들_인쇄 및 주조 기술세..
성곽(城郭)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방어 구조물이다. 한반도에서는 국가의 형성과 함께 성곽이 등장했으며, 시대의 흐름과 전쟁 양상의 변화에 따라 그 재료와 구조, 전략적 가치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왔다. 특히 한국의 성곽은 정형화된 형태를 고집하기보다 자연 지형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으며, 이는 독자적인 축성 기술과 방어 체계를 낳는 기반이 되었다. 이번에는 우리 고유어로는 잣이라 불렸던 성곽의 역사를 흙과 돌, 그리고 나무를 다루는 기술의 변천사와 함께 알아볼 것이다. # 축조 재료와 공법으로 본 성곽의 유형 _토성과 토축성흙으로 쌓은 성곽으로, 가장 초기적인 형태다. 토성은 주로 판축 공법, 즉 나무틀 안에 흙을 켜켜이 넣고 단단히 다지는 방식으로 축조되었다.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