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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메모장
고려가 불교 국가였음은 두 개의 거대한 국가 축제, 팔관회(八關會)와 연등회(燃燈會)를 통해 가장 화려하게 드러났다. 태조 왕건이 『훈요십조』에서 후대 왕들에게 반드시 거행할 것을 유훈으로 남겼을 만큼, 이 두 행사는 고려 500년 내내 왕조의 권위와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는 핵심 의례였다. 매년 겨울이 되면 수도 개경은 이 두 축제를 위해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두 행사의 성격은 명확히 달랐다. 팔관회가 불교를 중심으로 토착의 모든 신을 아우르는 종합적 국가 제전이었다면, 연등회는 오직 부처에게 귀의하는 순수한 불교 의례였다. 하나는 통합과 포용을, 다른 하나는 신앙의 순수성을 상징했다. 이 두 축제의 구체적인 모습을 통해, 고려라는 국가가 지닌 복합적인 정체성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팔관회,..
성리학은 조선 왕조 500년을 설계하고 지탱한 핵심적인 통치 이념이었다. 인간의 심성과 우주의 원리를 탐구하는 이 신유학(新儒學)은 고려 말, 문신 안향(安珦)에 의해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조선은 성리학을 통해 역성혁명(易姓革命)의 명분을 찾았고, 고려의 국교였던 불교를 비판하며 새로운 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성리학은 국가의 법과 예법(禮法)을 제정하는 기준이었고, 백성을 가르치는 교화의 도구였으며, 모든 백성의 삶을 규정하는 생활 규범이었다. 이번 글은 성리학이 어떻게 법과 제도, 윤리와 일상이라는 영역을 통해 조선 사회 전반을 체계적으로 조직해 나갔는지 자료를 통해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 법과 제도로 질서의 틀을 세우다조선 건국 세력은 성리학을 왕조 교체의 명분이자 중앙집권적 통치 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