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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건축

우아한 곡선미 안에 숨겨진 설계, 처마

cocolivingdiary 2025. 8.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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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처마

한옥의 지붕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그 끝에는 부드럽게 솟아오른 처마의 곡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처마의 역할은 이러한 심미적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려 했던 선조들의 '숨겨진 지혜', 즉 과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오늘은 지난 대청마루에 이어 한옥의 지붕 끝 처마를 알아보려고 한다. 

 

#처마에 담긴 과학

처마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태양의 고도를 계산하여 실내 일조량을 구조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기계 장치 없이 기후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친환경 건축 기술, 패시브 솔라 디자인(Passive Solar Design)의 기본 원리와 정확히 일치하며, 자연의 순리를 건축에 적용한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준다.

 

_기후 조절의 원리

  • 여름: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은 여름철, 한낮의 햇빛은 거의 수직에 가깝게 내리쬡니다. 이때 한옥의 깊고 긴 처마는 뜨거운 직사광선이 실내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적인 차양 역할을 한다. 처마가 만들어주는 깊은 그늘은 대청마루와 실내의 온도를 낮춰, 별도의 냉방 없이도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 겨울: 반대로 태양의 고도가 매우 낮은 겨울철, 햇빛은 낮은 각도로 집 안을 향한다. 이 따스한 겨울 햇살은 처마에 막히지 않고 실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온돌의 구들장이 놓인 바닥을 데웠다. 햇빛으로 데워진 바닥은 그 자체로 열을 저장하는 축열체 역할을 하며 밤 시간 동안 서서히 열을 방출, 실내 공기를 훈훈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깊게 돌출된 처마는 비나 눈이 벽체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흙, 나무 등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한옥의 벽체와 기둥은 수분에 취약하다. 처마는 이들을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여 부식을 방지하고 건물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또한, 처마 밑 공간은 우천 시에도 외부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완충 공간의 역할도 수행한다.

 

#처마에 담긴 미학

한옥의 처마는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담으려 한다 처마에는 조로와 후림 또는 안곡과 안허리곡이라는 두가지 선을 이용하여 만든다. 

_앙곡
 지붕의 네 모서리(추녀) 부분이 하늘을 향해 살짝 들려 올라가며 만들어지는 수직적인 곡선이다. 이 앙곡은 무거운 지붕의 무게로 인해 지붕 끝이 처져 보이는 착시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한옥 전체에 마치 날개를 펼친 듯한 경쾌함과 역동적인 상승감을 부여한다.

_안허리곡
안허리곡은 지붕의 정면에서 보았을 때, 처마선 전체가 중앙부는 살짝 내려오고 양 끝은 올라가며 만들어지는 수평적인 곡선이다. '허리안쪽 곡선'이란 뜻처럼,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한다. 만약 처마선이 딱딱한 직선이었다면 지붕은 매우 위압적이고 단조로웠을 것이다. 안허리곡은 이 직선의 경직됨을 피하고, 앙곡의 솟구치는 힘을 부드럽게 받아 안으며 지붕 전체에 안정감과 우아한 흐름을 완성한다.

#처마의 구조

처마의 아름다운 곡선과 기능은 정교한 목재 결구 기술을 통해 구조적으로 구현된다.

 

_서까래와 부연(附椽): 서까래는 지붕의 골격을 이루는 기본 부재로, 도리에서부터 처마 끝까지 경사지게 걸린다. 일반적인 민가에서는 서까래만으로 처마를 구성하는 홑처마를 사용하지만, 궁궐이나 사찰 등 격식이 높은 건물에서는 서까래 끝에 짧은 방형 단면의 부연이라는 부재를 덧대어 처마를 더 길고 깊게 만드는 겹처마를 사용한다. 겹처마는 처마를 더 멀리 내보낼 수 있게 하여 기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중으로 형성되는 처마선이 더욱 풍부하고 우아한 조형미를 만들어낸다.

 

_ 추녀(春舌): 추녀는 지붕의 네 귀퉁이에서 서까래와 45° 방향으로 걸리는 굵은 부재이다. 추녀는 귀퉁이 지붕의 하중을 집중적으로 받으며, 특히 처마의 앙곡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추녀는 평서까래보다 훨씬 길고 두껍게 제작되며, 그 끝을 얼마나 들어 올리느냐에 따라 전체 지붕의 곡선미가 결정된다.

 

 

 

한옥은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모든 구조 요소가 고유의 미학과 기능성을 동시에 지닌다. 그중에서도 지붕의 끝단을 형성하는 처마는 한옥의 전체적인 인상과 조형미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부분이자, 거주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과학적 지혜가 집약된 정교한 장치이다. 일반적인 인식 속 처마는 유려한 곡선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계절의 변화와 기후에 순응하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패시브 디자인(Passive Design)의 원리가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


사진 출처 : https://www.kogl.or.kr/recommend/recommendDivView.do?recommendIdx=48093&division=i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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