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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메모장
성리학은 조선 왕조 500년을 설계하고 지탱한 핵심적인 통치 이념이었다. 인간의 심성과 우주의 원리를 탐구하는 이 신유학(新儒學)은 고려 말, 문신 안향(安珦)에 의해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조선은 성리학을 통해 역성혁명(易姓革命)의 명분을 찾았고, 고려의 국교였던 불교를 비판하며 새로운 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성리학은 국가의 법과 예법(禮法)을 제정하는 기준이었고, 백성을 가르치는 교화의 도구였으며, 모든 백성의 삶을 규정하는 생활 규범이었다. 이번 글은 성리학이 어떻게 법과 제도, 윤리와 일상이라는 영역을 통해 조선 사회 전반을 체계적으로 조직해 나갔는지 자료를 통해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 법과 제도로 질서의 틀을 세우다조선 건국 세력은 성리학을 왕조 교체의 명분이자 중앙집권적 통치 체제..
신라는 삼국 중 가장 늦게 고대 국가 체제를 정비했지만,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신라가 삼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 있어 '화랑도(花郞徒)'의 존재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화랑도는 단순한 군사 집단을 넘어, 신라 사회의 인재를 양성하고 계층 갈등을 완화하며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신라의 역사가 김대문(金大問)은 그의 저서 『화랑세기(花郞世紀)』에서 "현명한 재상과 충성스런 신하가 여기서 솟아나오고, 훌륭한 장수와 용감한 병사가 이로 말미암아 생겨났다"고 기록하며 화랑도의 중요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글은 화랑도의 조직 체계와 수련 방식을 살펴보고, 그들의 핵심 강령이었던 '세속오계(世俗五戒)'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알아보려 한다.#..
조선시대의 양반은 단순히 부유하거나 권력이 있는 계층을 넘어, 국가의 법과 제도로 그 특권을 보장받는 최상위 지배 신분이었다. 본래 양반이라는 용어는 조회(朝會) 시 국왕을 중심으로 동쪽에 서는 문반(文班)과 서쪽에 서는 무반(武班)을 통칭하는 관제상의 용어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양반관료체제가 확립되면서, 그 의미는 현직 관료를 넘어 그 가족과 가문 전체를 아우르는 신분적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조선의 법제적 신분은 양인(良人)과 천인(賤人)으로 나뉘는 양천제(良賤制)를 기본으로 했으나, 실제 사회는 양반, 중인, 상민, 천민으로 구성된 더욱 복잡한 계층 구조를 가졌다. 이 구조의 정점에서 양반은 국가로부터 막대한 법적 특권을 부여받은 반면, 국가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져야 할 핵심적인 의무는 대부분 면제..
고려 제4대 군주 광종(光宗, 재위 949~975)은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한 중앙집권적 국가 체제를 꿈꾼 개혁 군주다. 그의 통치 기간에 단행된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도는 고려의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꾼 두 개의 강력한 칼날이었다. 이 두 제도는 표면적으로는 사회 정의 실현과 인재 등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그 본질에는 고려 건국 이래 왕권을 위협해 온 자신의 지역에서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권력을 행사하던 세력인 호족(豪族) 세력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국왕 중심의 통치 질서를 확립하려는 치밀하고 일관된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개혁의 배경광종의 개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고려는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전국의 강력한 지방 세력, 즉 호족들과..
금속활자 인쇄술은 인류의 지식 보급과 문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혁신적인 기술이다. 목판 인쇄의 시간적·경제적 한계를 극복한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발명하고 실용화한 국가는 바로 고려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물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는 서양의 구텐베르크보다 최소 78년 앞선 고려의 독창적인 기술력을 증명하는 결정적 유물이다. 고려의 금속활자는 우연한 발명품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필요와 수 세기에 걸쳐 축적된 기술력이 결합하여 탄생한 필연적 결과물이었다.# 금속활자가 발명될 수 있었던 기반고려의 금속활자 발명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이미 준비된 기술력과 절박한 시대 상황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였다. 그 배경을 자세히 알아보자 _준비된 기술들_인쇄 및 주조 기술세..
성곽(城郭)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방어 구조물이다. 한반도에서는 국가의 형성과 함께 성곽이 등장했으며, 시대의 흐름과 전쟁 양상의 변화에 따라 그 재료와 구조, 전략적 가치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왔다. 특히 한국의 성곽은 정형화된 형태를 고집하기보다 자연 지형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으며, 이는 독자적인 축성 기술과 방어 체계를 낳는 기반이 되었다. 이번에는 우리 고유어로는 잣이라 불렸던 성곽의 역사를 흙과 돌, 그리고 나무를 다루는 기술의 변천사와 함께 알아볼 것이다. # 축조 재료와 공법으로 본 성곽의 유형 _토성과 토축성흙으로 쌓은 성곽으로, 가장 초기적인 형태다. 토성은 주로 판축 공법, 즉 나무틀 안에 흙을 켜켜이 넣고 단단히 다지는 방식으로 축조되었다. 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은 단순한 성곽 건축물이 아니다. 이는 18세기 조선의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여 왕의 정치 철학을 구현한 입체적인 계획도시다. 부친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본질은 낡은 정치 질서를 개혁하고 강력한 왕도정치를 실현하려 했던 정조의 국가 경영 청사진이었다. 화성은 당대 최고의 과학 기술, 합리적인 도시 설계, 그리고 백성을 중심에 둔 애민(愛民) 정신이 완벽하게 결합된, 시대를 앞서간 도시 모델의 원형이다.# 수원화성을 계획하다화성 건설의 가장 핵심적인 동기는 정치적 목적이었다. 정조는 수도 한양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고, 왕이 직접 주도하는 국정 개혁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 배후도시가 필요했다. _정치적 목적과 '제2의 수도' 구상정조는 ..
지난 글에서는 처마에 담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한국 전통 건축의 미학에는 자연미나 단아한 아름다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궁궐이나 사찰의 기둥, 서까래, 천장에서 마주하는 화려한 오방색의 향연, 단청(丹靑)은 한옥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단청이란 목조 건축의 주요 부재(部材)에 여러 색으로 무늬와 그림을 그려 장엄하게 장식하는 한국 고유의 채색 체계이다.그 안에는 그저 건물을 장식하기 위한 것만이 아닌 목조 건물을 한국의 혹독한 환경에서 보호하기 위한 목적과 장식을 통해 건물의 위계를 나타내고 행복을 염원함이 담겨있다. #단청의 정의와목적 단청의 한자뜻 그대로 해석을 한다면 붉은색과 푸른색이란 뜻이다. 목조 건축물에 여러가지 색으로 무늬를 그려 아름답고 장엄하게 장식하는 것을 ..